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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51) 소통 /정덕현

입력 : 2018-05-09 10:44:00
수정 : 0000-00-00 00:00:00

소통 /정덕현

 



애기똥풀

                                                          

매우 오래 전 바람에 흔들리는 애기똥풀을 카메라 렌즈로 들여다보며 나는 인간의 언어로 입맞춤을 생각했다. 그것은 단지 인간 중심 입장에서 본 감정일 뿐 정작 애기똥풀의 수정은 곤충들의 도움으로 암술과 수술이 만나 이루어진다. 그러나 그네들에게도 원칙이 있다. 같은 종끼리의 만남인 것이다. 인간이 보기에 눈도 없고 코도 없는 그네들은 같은 종의 상대를 어떻게 알아보는 것일까. 곤충들을 어떻게 불러들이는 것일까.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언어가 있을 터이다. 말 대신에  화학적 신호물질을 내보내 협력을 하기도 하고 곤충들의 행동반응을 이끌어낸다고도 한다. 넓은 의미의 페로몬일 것이다.


노랑애기나방 짝짓기

붉은점모시나비 짝짓기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페로몬이라는 단어에 비교적 익숙하다.
인간의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세계의 소통방식, 페로몬은 같은 종끼리의 소통일 뿐만 아니라 일부 식물과 몇몇 척추동물들의 소통방식이라는 것까지 밝혀졌다고 한다. 인간의 과학은 끝도 없이 많은 것들을 밝혀 내가고 있는 중이다. 예전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것들이 지금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그러니 생각해보자면 아직 밝혀지지 않는 세계의 생명들, 그들끼리의 소통방식은 무궁무진할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들은 아직도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자기중심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극히 미량의 페로몬으로 1킬로미터보다 멀리 떨어져 있는 수컷을 불러들이는 암컷나방의 힘은 얼마나 놀라운 것인가.


파리 짝짓기                      


참실잠자리 짝짓기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수많은 생각들이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있다. 저 사람이 하는 말이 정말일까? 무슨 뜻으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내게서 뭘 원하는 걸까? 등등...
또 때로는 더 답답한 경우도 있다. 나는 온 마음을 다해 말을 하고 있는데 상대는 내 말을 믿지 않는 경우, 알아듣지 못하는 경우, 사람들은 내 속이라도 뒤집어 보여주고 싶다고 말할 만큼 갑갑해 한다. 이럴 때 우리도 말이 아닌 페로몬을 통해 서로 소통할 수 있다면 어떨까 상상해 본다. 그 소통에는 거짓과 꾸밈이 필요 없으리라.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서로가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그곳에 나의 진심, 너의 진심을 의심 없이 느낄 수 있는 ‘진심’의 세계가 존재하길 간절히 바란다. 물론 인간의 언어와 글이 지구에서 ‘예술’과 ‘발전’이라는 의미의 축을 이끌어온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커다란 힘이다. 그리하여 이 지구의 주인 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에 따른 ‘책임’도 점점 더 키워나가야 하지 않을까.

 


꼬마흰점팔랑나비 짝짓기

 

나는 제멋대로 꿈을 꿔본다. 어렵고 멀게만 느껴졌던 남과 북의 소통도 이루어지는 이 시점에온 세계 나라와 나라, 사람과 사람들의 소통은 물론이고 인간과 식물, 곤충들과의 소통까지도 바라본다. 그러자면 모든 생명체들의 존재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그 첫걸음이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소통의 의미에서 쌩떽쥐뻬리의 ‘어린왕자’에서 여우가 한 말을 곁들여 본다.
“잘 보려면 마음으로 보아야 해
가장 중요한 것은 눈에는 보이지 않거든"

 

 

숲해설가 정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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